사랑하는 성도님들께
주님의 이름으로 문안드립니다. 다들 평안하신가요?
저는 성도님들이 허락해주신 안식월을 통해 교회가 무엇인지, 목회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며 시간을 잘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은 편치 않네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모두가 불안해 하고 염려하는 이 때에 공교롭게도 교회를 떠나 있게 되어서 성도님들께 죄송스럽기도 해서요.
연일 TV 뉴스에서 들려오는 중국 우한에서의 사망자들의 소식과 전 세계적으로 확진자가 나오고 이로 인해 모두가 두려워하며 공포에 쌓인 현실을 바라보며 목회자로서 하나님께서 이 이들을 통해 우리에게 주시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묵상해봅니다.
그러면서 예전에 읽었던 한 책이 생각이 났습니다. 우리교회 꿈땅에도 비치되어 있는 로드니 스타크 교수가 쓴 <기독교의 발흥>이라는 책인데요, 이 책은 어떻게 1세기 초기 기독교가 로마사회에서 폭발적으로 부흥할 수 있었는지를 사회학자의 시각에서 사회과학적 분석틀을 가지고 분석한 책입니다.
이 책의 내용 가운데 제 4 장인 “‘역병의 때’를 사는 그리스도인”은 지금 우리의 현실과 너무나 적실한 내용입니다. 그 중심내용은 1세기 당시 로마를 비롯한 전 유럽을 강타했던 천연두와 페스트 전염병으로 인해 로마 제국 전체 인구의 1/3이 죽어나가는 상황 속에서 모두가 역병의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좌절하고 있을 때, 그 어떤 정치도 이교도 해결하지 못하는 이 두려움과 공포를 몰아내고 사회에 소망을 주었던 것은 바로 기독교였다는 것입니다. 오직 기독교만이 역병의 원인에 관하여 설명했고 활력적인 미래상까지 제시했다는 것입니다.
거기에다 역병의 창궐로 인해 로마 도시 안에서 가족들조차도 아픈 자들을 버리고 도망을 갈 때 버려진 병자들을 곁에 남아 돌보고 지켰던 이들은 당시 사회에서 박해받고 천대받았던 기독교인들이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기독교인들의 돌봄을 받은 병자들은 역병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확연하게 높았고 결국 역병이 물러가고 도시에 안정이 찾왔을 때, 살아남은 이교도들은 기독교인들과의 애착으로 인해 수많은 이들이 기독교로 개종을 하였고 기독교인들에 대한 인식과 이미지가 역병 이전과 이후로 확연하게 달라져서 결국에는 기독교가 로마사회에서 공인되고 국교로까지 제정되는 일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책에서 사회학자인 로드니 스타크는 기독교인들이 역병에도 두려워하지 않고 병자들을 돌보았던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힙니다. “이 모든 역병의 상황에서 기독교인들은 자신이 믿는 바, 초월적 내세론과 형제사랑을 붙들었다.”
사랑하는 성도님들, 오늘 우리는 세상 사람들과는 다른 우리의 생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과 죽어서도 영원히 누릴 수 있는 영원한 생명이 이미 우리에게 주셨음을 우리는 믿는 자들입니다. 그러므로 새로운 역병의 시대를 사는 우리는 세상 사람들처럼 막연한 두려움과 공포에 사로 잡혀 산다면 어쩌면 진정한 믿음의 사람이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또한 역병의 때라고 해서 남을 돌아보지 않고 오직 자기 자신만을 위하며 철저히 남과 나를 분리하고 이기적인 삶만을 추구한다면 이것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보다 실은 더 무서운 우리 안의 죄의 바이러스를 교회와 가정과 우리 사회 안에 더욱더 퍼지게 만드는 일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해서 개인 위생과 방역을 소홀히 하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는 철저히 역병이 퍼지지 않도록 주의하고 조심해야겠지요. 하지만 이것이 서로를 향한 우리의 마음마저 닫아버리도록 해서는 안되겠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역병의 때에 더욱 하나님 앞에 나 자신만을 알고 살았던 우리의 죄를 회개하고 하나님의 긍휼을 구하는 기도를 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차원에서 매 주일 우리는 중국과 우리나라를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때에 더욱 ‘서로 사랑’이라는 주님이 명령하신 새 계명을 우리가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위기의 때에 행여나 나 자신만을 위해서 마스크 사재기를 하는 기독교인들이 있지는 않을까 심히 염려가 됩니다. 이 힘든 때에 내 마스크를 가난한 이웃에게 벗어줄 수 있는 우리들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하며 기도합니다.
사랑합니다.
2020. 2. 8
박요한 목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