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 같은 잡초와 서투른 농부가 시름을 한다
작은 풀 씨가
농부가 가꾸어 놓은 밭이랑에 몰래 숨어
뿌리를 내리고 밤이슬 맞으며 봄 마중을 한다
농부에 손길을 피해 숨을 죽이고 있노라면
서투른 농부 호미라는 놈을 가지고 사정없이 뿌리를 파 해친다
각개 전투를 하듯 또 다른 씨앗이 몰래 숨어 고개를 내민다
이렇게 잡초와 농부에 씨름은
실록의 계절을 지나 태양이 작열하는 여름이 다가와도
그들의 씨름 판은 끝날 줄을 모른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들녘에 시원한 바람 불어와
농부의 이마에 땀을 식히며
풍년을 기약하는 농작물을 바라보고 미소를 지을 때
농작물 사이에 몰래 숨어
어부지리 함께 자란 잡초 농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짖네
햇병아리 농부는 너털웃음 지으며 네가 이겼구나 하는 듯 환한 미소를 짖는다
작은 농장을 가꾸며
잡초와 시름을 하며 지나온 한 해를 뒤돌아보며……….
2023/10월에 어느날 - 김 성 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