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뜻과 계획을 나는 알 수 없지만 <1>

싸비(양정*) 0 6,541
작년 6월 sh주거복지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일전에 상담을 받으러 갔을 때는 희망이 보이지 않았기에
무슨 일인가 전화기 너머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선생님 만화가라고 하셨죠! 만화가를 위한 공공임대주택이 도봉구에 있대요. 선생님한테 딱인 것 같아요! 그런데 9월부터 입주라서 들어가시려면 지금 서두르셔야 해요.”

그 과정에서 일을 이루어가시는 하나님의 추진력을 보았고 그 힘 앞에서 나의 불평은 작아지거나 사라지거나 했다.

할 수 없어진 나는 하나님께 마지막 투쟁을 벌였다.

“하나님 거기 가기 싫어요~ 제가 여기 좋은 사람들이랑 잘 살고 있는데 아무도 모르는 도봉구에 왜 가야 해요~ 안 가게 해주세요!”

엉엉 울며 가기 싫어하는 나에게 하나님께서 대답하셨다.

“너 거기 복음 전하러 가는 거야.”

울음이 뚝 그쳤다.

“뭐라고요? 만화 때문에 가는 거 아니고요? 그럼 만화는요?”

“그건 부가서비스야”

나는 어이가 없었지만 하나님께서 그렇게 하기로 마음 먹으셨으니 어쩔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도봉구에서 교회를 찾기로 했다.

다행히 만화인마을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씩 회의를 하러 도봉구에 가야했다. 회의를 마치고 도로변으로 나와 하나님께 물었다.

‘그래서 왼쪽으로 가요, 오른쪽으로 가요?’

언덕을 내려오니 앞에 교회가 보였다. 건물도 낡고 내 취향은 아닌 것 같아 그냥 갈까 하다가 안으로 들어갔다. 마침 사람이 있어서 물었다.

“이사를 올 거라 가까운 교회를 찾고 있는데, 이 교회 새벽기도 때 통성기도 방언기도 해도 되나요?”

“물론이죠.”

알겠다고 하고는 밖으로 나와 집으로 돌아왔다. 회의가 있을 때마다 강북우리교회에 들렀는데 정대희 전도사님이 교회 구석구석을 소개해 주셨다.

만화인마을 입주식을 마치고 친정엄마와 다시 교회를 찾았다. 교회에는 내일 김장 할 준비를 마친 분들이 계셨고 나는 함께 기도하기를 부탁했다. 기도 제목은 ‘여기로 이사 오지 않게 해주세요’ 였다. 입주식을 하고 나서도 내 뜻을 굽히기 어려웠다. 함께 손을 잡고 전도사님이 기도를 해주셨다. 나는 마지막까지 내 뜻으로 기도했고 결국 하나님 뜻으로 도봉구 만화인마을에서 강북우리교회를 다니며 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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