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은 본당 청소가 있는 날
오늘은 청소를 마치고 특별한 섬김을 하기로 했다.
양파장아찌를 만들어 내가 사는 만화인마을 만화가들에게 나누어주기로 한 것이다.
나는 마음은 준비 완료지만 음식 솜씨는 없어서 도움을 구했다.
다행히 김현순 집사님과 김지원 사모님께서 돕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였다.
양파장아찌를 하게 된 건 다음과 같은 일들 때문이었다.
1. 만화가들이 매달 모인 관리비로 옥상에 테이블을 놓았다.
2. 테이블이 생긴 기념으로 모여서 음식을 나누어 먹는데 한 작가가 양파장아찌를 가져왔다.
3. 작가들이 양파장아찌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다.
여기까지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4. 한 작가가 공용실에 양파를 잔뜩 가져다 두고 필요한 사람은 가져가라고 했다.
5. 나는 집에 양파가 있어서 가져갈 생각을 안 했는데 다음날 가서 보니 다른 작가들도 마찬가지인지 양파가 그대로였다. 양파는 질이 좋아보였다.
6. 문득 생각이 나서, 다른 작가에게 같이 양파장아찌를 만들어보자 했다. 하지만 다들 일을 하고 있었다. 그때 또 한 번 장아찌를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다.
장아찌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7. 수요일이 밝았고 오늘 교회에서 함께 만들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청소 섬김 카톡방에 알리고 양파를 챙겨 교회로 향했다.
8. 몇 가지 필요한 재료를 사서 함께 양파장아찌를 만들었다.
9. 수요 예배를 마치고 낮에 씻어 말려둔 예쁜 통에 식혀둔 양파장아찌를 담았다.
10. 맛도 좋고 보기도 좋은 장아찌를 만화가들에게 하나씩 배달해 주었다. 양파를 가져다 둔 만화가에게는 제일 큰 통으로 주었다.
11. 다들 아주 좋아했다.
하고 나니 별거 아닌 것 같다. 그렇지만 하는 동안은 007작전 같았다.
사진은 만화가들에게 배달하고 집에 없는 사람들은 와서 가져가라고 공용실에 둔 장아찌들(우리집 포함 총 열한 집)